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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습관

생각한다 (톤 텔레헨 글)

by 동그라미썬 2024.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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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이 바다와 같다고 생각한다. 머릿속에서 철썩 쏴아아
뒤집어지는 바다. 거품을 머리에 인 집채 만한 파도가 치다가도 
다음 순간 거울처럼 매끄럽게 달빛에 반짝이는 그런 바다.
바다는 매번 다르지만 그래도 늘 같은 바다이고, 늘 같은 수평선이다.
그 너머에는 땅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없을 수도 있고.
그런데 나는? 나는 불어왔다가 잠들고, 또 불어와서는
거센 폭풍처럼 생각을 둘쑤셔서 날뛰게 하고는 또다시 잠드는 바람과도 같다.

안다는 건 마치 썰물 때 해안에 고여 있는 
물 같다고 생각한다.

생각한다 P. 12.

 

나는 똑같은 일을 백 번 천 번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내일은 치과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곧바로 발이 시리다는 생각과 초콜릿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밀고 들어온다. 하지만 금세 다시 생각한다.
내일은 치과에 가야 한다고.
알지. 그 생각을 다시 할 필요는 없다고 이내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마찬가지. 잠시 후 또 그 생각을 하고 있다.
반면에 하루 종일 생각하고 싶은 것들도 있다.
그 생각이 나면 나는 혼잣말을 한다. 그래, 맞아!
이 생각은 하고 싶을 때마다 하라니까!
하지만 바로 또 다른 생각을 한다.
생각은 수수께끼 같다.
그것은 나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생각한다 P. 18.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건 어쩌면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자 한번 생각을 해보자'라고 생각하면 ...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것이고, '이제 생각하지 말자'라고 해도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식사, 잠, 독서, 싸움, 사랑... 무슨 일이나 시작과 끝이 있다.
하지만 생각은 안 그렇다. 내 생각에는 사람들이 병이 들거나 
사고를 당하지 않고도 결국 죽는 건 똑같은 이유인 것 같다.
다들 생각하는 게 너무너무 피곤한 것이다.
피곤해 죽겠다고 하는데, 괜한 말이 아니다.
죽어야 비로소 처음으로 생각을 멈춘다.
편히 잠들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제 생각 없이 잠들라고 해야만 할 것 같다.

생각한다 P. 31.

 

생각을 생각한다. 지난 생각, 딴생각, 이 생각, 저 생각,
있는 생각, 없는 생각, 좋은 생각, 나쁜 생각, 낡은 생각,
새 생각, 새 생각? 새 생각이 대체 뭐지?
그럼 헌 생각은? 닮은 생각도 있나? 그러고는 내가 
아주 오래 전에 넣었던 골 생각을 하게 된다.
학교 다닐 때, 왼쪽 구석 꼭대기로 들어간 내 생애 최고의 골.
다들 손뼉을 쳤다. 나도 내가 어떻게 중앙선으로 
돌아가고 지나가고 떠나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점점 멀리 뛰어나갔고 결국 시야에서 벗어나 행복해질,
정말로 행복해질 때까지 뛰었다. 그때 내가 원했던 건 그거였다.
시야에서 벗어나고 행복하기.
지금도 마찬가지다.

생각한다 P. 47.

 

나는 내가 앞으로 가지 않고 뒷걸음질친다고 생각한다.
내 앞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있다. 모든 것이 보인다.
사람들과 집들, 사건들. 모든 것들이 점점 더 멀어진다.
내 뒤에는 앞으로 올 일들이 놓여 있다. 거기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나는 그리로 향해 간다.
어깨 너머로 뒤쪽을 한번 넘겨본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잠깐씩 순간들이 보이지만, 정말 무엇이 오는지 보이지는 않는다. 
왜 나는 돌아서서 앞을 향해 달리지 않는 걸까?
그럼 내가 못 본 것, 볼 수 없었던 것에
발이 계속 걸리지는 않을 텐데. 

생각한다 P. 82.

 

경제관련 책, 육아관련 책을 위주로 읽다가 오랜만에 이렇게 사색에 빠져들 수 있는 책을 읽게 되었다.

무슨책인지 어떤 책인지 전혀 모르겠고, 펼쳐보았을땐 예술 관련 책인가?

그림 설명하는 책인가 싶었다.

 

읽다보니 삶에 치여 이런 저런 생각하기 쉽지 않았던 부분에 돌멩이가 하나 던져진 느낌이다.

생각을 하게 만드는 생각한다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진짜 생각해보면 나도 생각한다는 말을 자주 쓰는 것 같다.

정말 단순명료하고 답이 나와있는 것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많이 하고,

뭔지 모르겠지만 입에 생각한다는 말을 달고 사는 것 같다.

 

생각을 적은 글, 생각하지도 못해봤던 글.

다양한 글과 생각들을 읽으며 나의 생각도 다양하게 넓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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