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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왔는데 김슬아가 계속 거슬렸다. 나한테 마이쮸를 맡겨놓았어? 왜 가져오라 마라 명령이야? 우리는 2학년에 이어 3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다. 2년 내내 김슬아는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했다. 나는 김슬아의 부탁을 가장한 명령을 거절하지 못했다. 아끼는 스티커를 주지 않으면 나와 놀지 않을 것 같았고 마이쮸를 가져가지 않으면 나를 미워할 것 같았다. 슬아는 2학년이 된 나에게 처음 말을 걸어준 아이다. 말도 잘하고 공부도 잘해서 반 아이들한테 인기도 많았다. 그런 슬아와 계속 더 친해지고 싶었다. 그 애가 아니면 나는 친구가 하나도 없을 것 같았다.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고 물으면 김슬아라고 대답했고 엄마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사실 김슬아가 불편했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p.44-45.>
"왜 또 안 가져왔어? 내가 가져오라고 했잖아."
김슬아는 내게 신경질을 냈다.
"너 안 가져오면 우리 집 못 놀러 와. 놀이터에서도 너랑 안 놀거야."
나는 고개를 들어 김슬아를 바라봤다. 이 아이는 하찮고 또 하찮을 뿐이다.
"그러든지."
"뭐?"
아무래도 김슬아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의자가 뒤로 밀렸고 김슬아가 뒷걸음질 쳤다. 김슬아 옆에 바짝 다가가 선 후 김슬아만 들을 수 있도록 작지만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나도 너랑 놀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나도 너랑 놀기 엄청 싫거든. 너 같은 애 최악이야.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야. 너처럼 사람 우습게 여기고 부려먹기만 하는 애랑 친구 하고 싶어 하는 애는 아무도 없을걸? 너 인생 그렇게 살지 마. 결국 너한테 다 되돌아올 거야. 기억해. 자,업,자,득. 평생 이 말이 너를 따라다닐 거야. 네가 괴롭힌 건 다 너한테 되돌아올 거니까."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p.59.>
아들은 먼저 다가와서 내게 말을 걸었다. 내게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나 역시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은 시원하게 들어주었고 조건도 걸지 않았다.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아들의 담배 피우는 모습을 목격했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안 피우겠다는 문자도 받았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이라고 하면서 너무나 많은 조건을 걸었다. 공부 잘해야 한다. 친구를 잘 사귀어라. 학교도, 학원도 열심히 다녀라. 일찍 일어나라, 정리 잘해라 등.
잘 먹고 잘 자고 학교에 잘 다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때가 있었는데, 아이거 커가면서 점점 요구가 많아진다. 나 역시 부족한 것투성이인 채로 어른이 되었다. 그래도 내 앞가림하고 잘살고 있다. 아들이 바라는 건 그런 것 아닐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켜봐주는 것 말이다. 늦은 때라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다행이다.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
<분식물이 돌아왔습니다.p.297.>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제목을 읽고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었다. 그리고 추천어귀에서 책을 펼치자마자 한달음에 다 읽었다는 말을 보고 그만큼 재미있는 내용인건가 하면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물건을 통해서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하는 판타지소설이었는데 진짜 나도 책을 펼치자마자 주르르륵 물흐르듯이 쭉 읽게 되었던 책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시절 나에게 건네는 다정한 악수가 진짜 맞는 것 같다.
사람들은 저마다 과거의 생각에 한두번씩 빠진다고 생각한다. 일부러 생각해야지 하고 꺼낸다기 보다 진짜 옛 추억의 물건을 보거나 그때의 향기를 기억한다거나 등등 계기가 있어서 연결이 되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도 침대위에 누워서 생각을 하다보면 즐겁고 행복한 일들도 가득했겠지만, 아쉬움과 후회를 더 많이 기억하고 잠에 드는 것 같다.
아직 인생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을 부드럽게 풀어쓴 이야기들로 접하면서 고민이 희석되는 것을 느꼈다.
진짜 책을 펼치자마자 이렇게 막힘없이 읽혔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힐링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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